[경매 물건조사] 첫 입찰, 16명 중 6위
'경매하는 직딩아빠'를 읽고 스피드 옥션 사이트 무료 이용권을 이용하여 2~3주간 물건 검색을 해보았다. 일단 현재 우리 상황은 가용 현금이 1~2천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본금이 적다고 경매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1~2천만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물건을 찾아보았고, 아예 모르는 지역보다는 집 근처나 조금이라도 아는 지역인 수원, 용인, 화성, 안산 등의 주거용 건물을 위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1~2천만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주거용 건물은 대부분 다세대 빌라 혹은 오피스텔 정도였고, 그마저도 많이 노후한 빌라가 대부분이었다. 또, 오피스텔은 대지권이 너무 작아서 그런지 크게 끌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도시형생활주택이라고 오피스텔 같이 소규모 면적의 아파트의 1회 유찰된 물건이 눈에 들어왔고, HUG의 인수변경조건으로 충분히 마진 확보가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왠걸, 매각기일에 나는 회사를 뺄 수 없었고 남편은 비교적 반차가 자유로웠기에 경매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에게 대리입찰 시키기로 정했다ㅋㅋㅋ
1. 시세 조사 (6월 말~7월 중순)
(1) 최저 입찰가와 매매, 전세, 월세 시세
최저입찰가 : 5740만원
매매시세 : 8000만원
전세시세 : 7900만원
월세시세 : 500/45~48
(2) 대항력있는 임차인이지만 HUG 인수변경조건
대항력있는 임차인이 있지만, 매각물건명세서의 비고란에 "주택도시보증공사(양도전:임차권자 △△△)로부터 2024.4.4.자에 '임차보증금에 대하여 우선변제권만 주장하고 대항력은 포기하며, 전액을 변제받지 못하더라도 임차권등기를 말소해 주겠다.'는 내용의 확약서가 제출됨"이 적혀있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
HUG의 인수변경조건 물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겠다. 쉽게 말해 기존 임차인의 임차권을 넘겨받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금보다 하락한 시세로 인하여 계속 유찰되는 것을 막고자, 낙찰금이 보증금보다 적더라도 더 달라고 안 하겠다는 얘기이다. 요즘 전세사기 + 21년 불장 이후 매매가 하락으로 이런 매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3) 그 외
- 5월 31일 기준 2개월 미납관리비가 있었고, 전 임차권자의 전입일이 21년1월6일인 것으로 보았을 때 2년 전세계약 후 공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었다. 명도비가 전혀 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 주변에 신분당선 월드컵경기장역, 동인선 역(26년)이 생겨서 교통은 더 좋아질 것 같았다.
- 주변에 아주대학교 및 병원이 있고, 학교 주변 마땅한 오피스텔이 없어서 학생들의 수요가 있어 보였다.
- 그냥 오피스텔이 아닌 도시형생활주택이라 경비실, 관리사무소 등이 있어 관리가 더 잘되어 보였다.
- 12년차로 사용감은 좀 있었지만, 그렇게 오래 가지고 있을 계획은 없었기에 2~4년 안에는 충분히 이용가치가 있어 보임.
- 바로 앞에 팔달초등학교가 있음.
- 주변에 수원구치소가 있으나, 교도소가 아니므로 큰 건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크게 혐오시설이라고 생각되지 않음.
- 앞에 상가가 있는데, 해당 매물이 5층이라 상가뷰로 예측됨.
2. 현장 조사 (7월5일)
(1) 아파트 건물
오후 5시 정도에 도착하였다. 처음이라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노하우도 없어서 많이 뚝딱거렸다. 관리사무소가 6시에 닫을 것 같아서 빨리 가보았는데 5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닫혀있었다. 관리사무소 전화번호가 문에 적혀있어서 전화해 보았다. 전화는 연결되었고 경매건 미납관리비가 궁금하다고 여쭤보니, 지금은 사무실이 아니라 확인해 줄 수 없고 월요일에 다시 전화하라고 답이 왔다.
그리고 곧장 해당 호실로 가보았다. 해당 호실 앞에는 여러 장의 쪽지들이 붙어있었고, 관리소의 미등록세대라는 쪽지로부터 공실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해당 호실 바로 옆에 복도창문이 있어 상가 전망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 후 탑층에 있는 헬스장과 독서실을 확인하였다. 시설은 낡아서 요즘 사람들은 잘 사용하지 않을 듯했다. 돈이 없는 고시생이나 매우 털털한 남자는 사용할 수 있어 보였다.
1층 우편함에는 10개는 족히 넘어 보이는 우편물이 가득 꽂혀있었고, 임차인 포함 집주인에게 온 우편물이 뒤섞여 있었다.
삶에 질에 큰 영향을 주는 주차장을 살펴보았다. 지상 주차장도 조금 있었고, 지하 주차장은 B1~B2층까지 있었는데 생각보다 넓었다.
(2) 이웃 탐문
이제 주변 부동산을 가보려 하는데, 퇴근시간이어서 그런지 아파트에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자는 것이다. 내가 못하겠다고 하자, 다짜고짜 1층 분리수거장에서 쓰레기를 버리던 여자 두 분께 남편이 질문을 했다.
"안녕하세요? 여기 경매 때문에 알아보고 있는데요, 혹시 이곳에 어떤 사람들이 많이 사는지 아시나요?"
"아 네, 직장인들이 많이 사는 것 같아요"
"실례지만 두 분도 직장인이신가요?
"아주대 교직원입니다."
"왜 이곳을 주거지로 고르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주대 근처 오피스텔 중 마땅한 곳이 이 곳 밖에 없었어요."
"여기 아주대 학생들도 많이 사나요?"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직장인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나는 부끄러워서 못했던 질문은 남편은 서슴없이 하였고, 생각 외로 사람들도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여기엔 학생들보다 직장인이 많이 사는구나... 메모!
(3) 부동산 방문
바로 앞 상가 1층에 부동산이 있어서 이어서 방문하였다. 우리 둘이 뻘쭘히 들어가니 부동산 중개인분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우리를 쫙 스캔하셨다. 어떻게 말문을 터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또 남편이 나섰다.
"안녕하세요? 너무 바쁘시죠, 양우 경매건 알아보려고 왔는데요~"
(다시 앉으시면서) "네, 좀 바쁘네요. 경매건으로 하도 많이 연락이 와서요."
"아이고 그러시죠, 혹시 그럼 궁금한 것 몇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뭐가 궁금하신데요?"
"여기 어떤 분들이 거주하시나요?"
"대부분 직장인들이죠, 주차장이 좋잖아요."
(내가 끼어들며)"여기 근처에 직장이 많나 봐요? 아주대도 있고~"
"아주대도 있고, 큰 병원도 많고, 중소기업청도 있고요. 판교로 다니시는 분들도 많아요."
"아 그러면 혹시 임대는 잘 나갈까요?"
"직장인 분들께 인기 많아서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요. 특히 자차 있는 직장인 분들은 주차 때문에 많이 선호해요."
(중개인 분이 귀찮은 듯 대답하자 다시 남편이 끼어들며) "아이고 바쁘신데 감사해요, 뭐 하자나 그런 건 없겠죠? 저의가 주의해야 할 부분 있을까요?"
"권리분석을 잘하셔야겠죠?"
"아 그렇죠~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순식간에 대화를 마치고 나왔다. 퉁명스러운 부동산 중개인분의 태도가 속상하기도 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귀찮게 했으면 저럴까 싶기도 했다. 남편은 나오자마자 나에게 이상한 질문을 하냐면서 핀잔을 줬다. 그리고는 이런 건 바카스라도 들고 와야 하는 거라며, 사람들 상대하는 일은 자신이 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경매에는 관심도 없던 남편이 의외로 아주 쿵짝이 잘 맞는 경매 파트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입찰가 선정
입찰가격 | 68,140,000원 | |
이전비(취득세, 법무비용 등) | 2% | 1,360,000원 |
미납관리비 | 500,000원 | |
명도비 | 0원 | |
예상수리비 | 임대용 도배, 장판 | 1,000,000원 |
총 투자금 | 71,000,000원 | |
대출원금 | 대출 비중 80% | 54,500,000원 |
실투자금 | 총투자금-대출원금-보증금 | 11,500,000원 |
월수익 | 월 이자 22만원 제외 | 230,000원 |
연수익률 | 23.9% |
현장조사도 마쳤겠다, 이제 가장 중요한 입찰가를 선정할 차례이다. 우리는 임대를 생각하였기에, 대출 비중을 80%로 생각하고 명도비는 0원, 예상 수리비는 도배+장판만 하여 100만원으로 계산해 보았다. 사실 연 수익률은 20%이상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처음이니 월 이자보다 들어오는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입찰금을 정해보니 6740만원이 나왔다.
다른 경매 입찰 후기들을 보니 뒷자리를 높게 하는 것보다 백단위나 천단위를 올리는 것이 낙찰확률이 높다고 하여, 최종적으로 백단위를 올려 6810만원으로 정했다. 남편에게 내가 이렇게 정한 이유를 다 설명하니, 끝자리는 4가 느낌이 좋다며 진짜 최종으로 6814만원을 확정했다.
4. 입찰 결과 (7월19일)
법정에서 입찰할 때에는 모든 금액의 앞 3자리를 불러주고, 마지막에 1순위와 2순위의 금액 전체를 다시 불러준다. 다음은 이 물건을 입찰한 모든 입찰자의 앞 3자리 금액이며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731, 715, 712, 711, 684, 681, 680, 675, 673, 666, 651, 650, 605, 600, 595, 582 (단위: 십만원)
나는 6위에 있었다. 사실은 7천만원을 넘길까도 많이 생각했었는데, 첫 입찰이다 보니 보수적으로 가기로 해서 6814만원에서 멈췄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7100대는 생각해도 7300대는 생각 못했을 것 같다.
5. 느낀점
- 내 나름대로 논리를 갖고 입찰가격을 정했고, 결과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기뻤다.
- 내가 월세를 너무 보수적으로 잡은 점이 패찰의 큰 이유 같다.
- 수익률은 욕심부리지 말고 20% 이하로 생각하자!
- 본 건의 1억 이하 건물처럼 내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남들한테도 그렇고, 경쟁률은 높아진다. 나만의 다른 기준으로 경쟁력이 낮은 물건을 찾는 방법도 키워야겠다.
- 좋은 경매 파트너가 생긴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