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입찰한 따끈따끈한 후기이다.
회사 일정으로 따로 현장 조사를 못했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입찰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내가 직접 법원에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니 경험하는 셈 치고 9시가 넘어서 간단하게 신분증과 도장을 들고 집을 나섰다. 법원 가까이 사는 것은 정말로 경매를 꼭 해야만 하는 운명인 듯하다. 버스 타고 금방 법원 정문에 도착하였다. 역시나 주차장은 만차고 들어가지 못하는 수대의 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오늘은 수표도 뽑아야 해서 들어가는 길에 은행의 위치를 찾아보았다. 국민은행은 민원동 1층에 있었고, 경매를 하는 입찰법정은 법정동 1층이었다. 실제로 들어가보면 멀지 않아서 서로 금방 이동이 가능하다. 아직 안 가봤지만 다음에는 구내식당도 가봐야겠다!
1. 법원 내 국민은행 방문
(1) 1차 위기 : 타행 수표는 24시간 지나야 현금화 할 수 있다.
지난번 입찰하고 남겨둔 수표를 현금화하여 추가로 돈을 합쳐 오늘 입찰을 위한 수표를 만들 생각으로 법원 안에 있는 국민은행으로 향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위기가 발생했다. 지난번 수표는 남편이 회사에서 발행해 온 우리 은행발 수표였던 것이다. 여기는 국민은행이라 타행수표를 현금화 하거나 이체하려면 24시간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 수표를 사용 못하면 돈이 부족한 상황이라, 내가 매우 당황하자 친절한 은행원분께서 물으셨다.
"오늘 필요한 입찰 보증금이 그 수표 금액보다 높으신가요?"
(시무룩하게) "네"
"그러면 차액만큼 추가로 수표를 만들어 가시면 되겠네요."
(눈이 커지며) "그럼, 수표 2장을 한꺼번에 제출하면 되는건가요?"
"그렇게도 하시더라고요. 별일 없을 거예요."
그 자리에서 나는 차액을 계산하여 나머지 보증금액만큼 수표를 발행하였다.
(2) 2차 위기 : 큰돈을 이체해야 할 때에는 OTP카드를 챙기자.
1차 위기가 잘 해결됐다 싶은 것도 잠시, 2차 위기가 금방 찾아왔다. 차액인 1834만원짜리 수표를 새로 만들면 되는데, 현재 돈이 케이뱅크 계좌에 있어서 국민은행 계좌로 옮겨와야 했다. 이체를 시도하니 금액이 커서인지 OTP번호를 요구했다. OTP라니...난 신분증과 도장만 들고 왔단 말이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은행원분께 이체 후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리자, 천천히 여기서 해도 된다고 하셨다. 침착하게 숨을 고르고 나니, 1000만원씩 끊어서 이체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다행히 1000만원씩 이체할 때는 지문으로 바로 이체가 완료되어 무사히 추가 수표를 발행할 수 있었다. 다음부터 입찰할 때에는 꼭 OTP카드를 들고 와야겠다.
2. 경매 입찰하는 사람 구경
은행에서 두 수표의 합을 다시 한번 꼼꼼히 검토 후, 입찰법정으로 향했다. 입찰법정에 처음 들어갔을 때에는 정말 깜짝 놀라서 속으로 '우와~'라고 탄성을 질렀다. TV에서만 보던 법정이 눈앞에 나타났고, 실제로 단상 위에 판사자리가 배치되어 있어 뭔지 뭐를 위압감과 중압감이 느껴졌다. 판사자리 앞에 책상 위에 입찰봉투, 보증금봉투, 입찰표가 있었고, 양 옆으로 선거 투표소처럼 남들 안 보이게 입찰표를 작성할 수 있는 장소가 5개씩 있었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입찰하러 왔기에 평소처럼 입찰표를 집에서 작성해오지 않고 투표소(?)에 들어가서 즉석에서 작성해 보았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계속 더블 체크하며 천천히 작성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작성하고 나서도 바로 제출하지 않고 밖에 있는 자리에 앉아서 몇 번이고 확인했다. 충분히 검토 후 스테이플러를 찍어 제출하니 봉투 끝 수취증을 잘라주었다. 시간을 보니 입찰마감까지 30분이 넘게 남아서 자리에 앉아서 입찰하러 온 사람들을 한 명씩 구경했다.
오늘은 입찰 물건도 많고, 입찰하려는 사람도 많아서 그런지 정말 다양한 사람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나이대도 어린 갓난아기부터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까지 계셨고, 명품을 온몸에 휘두르고 온 사람부터 거의 잠옷 바람처럼 편하게 입고 계신 분까지 다양했다. 그밖에 업체에서 나온 대리인, 경매 학원 사람들 등등 많았지만 그중에 기억 남는 몇몇 사람을 적어보겠다.
(1) 늦어서 입찰을 못한 사람
입찰 마감 5분 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찰표를 제출한 뒤라 입찰표 제출하는 곳이 한산했다. 그런데 누가 헐레벌떨 뛰어들어왔다. 건장한 체격의 키가 큰 남자분이셨는데 입찰 서류 3개를 급하게 챙겨서 옆의 투표소(?)로 들어가셨다. 어찌나 빨리 오셨는지 숨을 가쁘게 쉬고 계셨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법무관님께서 마이크에 대고 말씀하셨다.
"잠시 후, 입찰 마감하겠습니다. 입찰 마감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입찰하실 수 없습니다. 아직 입찰표를 제출하지 않으신 분은 지금 즉시 제출해 주세요."
시계를 보니 11시 3분이었다. 2분이 남았길래 나는 그 남자분이 그 안에 당연히 제출할 줄 알았다. 그리고 종이 울렸다. 종소리와 함께 아직 투표소 안에 있던 남자는 "어!" 하고 놀라더니 쓰던 종이 그대로 들고 나와 서류함 앞에 계신 법무관님께 사정했다. 법무관님은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그 남자는 아직 스테이플러도 마감하지 않는 상태여서 다시 투표소에 들어가 정비하고 나오더니 또 법무관님께 사정하였다. 법무관님께서는 또 단호히 말씀하셨다.
"안된다고 몇 번 말합니까. 안 돼요 안돼. 저리 가세요."
그 남자분은 허무하게 발길을 돌렸다. 법원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고, 입찰 시작부터 마감까지의 시간도 엄청 길지 않으니(대략 1시간) 미리미리 도착해서 기다리도록 하는 게 좋겠다.
(2) 전세사기피해자
입찰 마감 후, 법무관분께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공유자우선매수나 전세사기피해자에 해당되는 분께서는 앞으로 나와주세요. 혹시 사전에 법원에 미리 신고하셨더라도 앞으로 나와주세요."
그러자, 젊은 여자분이 앞으로 나왔다. 들어보니 전세사기 피해자셨다. 아무래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해당 물건을 우선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았다. 법무관님께서는 여자분께 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 것 같았다. 그분이 어리둥절해하자 순서가 되면 다시 설명해 주겠다며 친절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딱딱했던 법정에 온기가 퍼지는 듯했다.
다행히 여자분이 입찰하신 매물은 단독입찰이었고, 따라서 자연스레 낙찰받으셨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최저 매각가가 7천만원 초반이었는데 9천만원에 낙찰되었다는 것이다. 최저매각가로 적어도 우선매수권이 있어서 괜찮았을텐데...아쉬웠다.
(3) 금일 진행하지 않는 사건번호에 입찰한 사람
본격적으로 입찰이 시작되었고, 법무관님은 혼잡도를 위해 20명 이상 입찰한 물건만 먼저 진행하고 나머지는 차례대로 진행하겠다고 공표하셨다. 27명이 입찰한 자동차를 먼저 처리한 후, 1번 물건부터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막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법무관님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사건번호 △△△△의 입찰표를 작성하신 분이 있는데, 금일 입찰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따라서 해당 입찰표는 무효처리 하겠습니다. 이를 작성한 ◇◇◇님 앞으로 나와주세요. "
경매책에서 법원도 잘못 가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입찰 날짜를 틀린 사람을 눈앞에서 보았다. 첫째도 검토, 둘째도 검토인 것 같다. 소중한 시간 헛걸음하지 않도록...!
3. 입찰 결과, 느낀점
- 생각보다 은행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바로바로 처리가 가능했다. 그래도 수표 뽑는 시간을 생각하여 일찍 오자.
- 입찰하는 과정 자체는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낙찰이다. 낙찰되는 것은 어렵다.
- 아파트는 너무 인기가 많다. 그래서 낙찰되더라도 마진이 거의 없다. 다른 쪽으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 나만의 색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돈 공부 > 부동산, 경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매] 대리입찰 하는 방법 완벽 정리 (사진첨부) (6) | 2024.08.28 |
---|---|
[경매 3rd 입찰기록] 인감도장 때문에 1등이 무효라고? 미쳐버린 아파트 낙찰가율 (0) | 2024.08.21 |
[경매]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알아보는 임차인의 권리 (0) | 2024.08.07 |
[경매 물건조사] 첫 입찰, 16명 중 6위 (0) | 2024.07.29 |
[경매 1st 입찰기록] 인생 첫 대리입찰 후기 (남편 작성) (0) | 2024.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