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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공부/독서 기록

[독서기록] 더 그레이트 비트코인

by Yoo_nii 2024.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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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더 그레이트 비트코인

 

1. 서평

작가 오태민은 2014년 우연히 비트코인을 발견한 후 오랜 시간 탐구하여 비트코인이 대단한 발명임을 알아차렸고, 이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하여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다. 나는 2020년 모든 자산시장이 들썩일 때 비트코인을 처음 알게 되었으며, 단순히 주식보다 더 위험하고 변동성이 큰 투자수단으로만 치부하였다. 그러다 올해 초 남선생님께서 비트코인을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며 오태민 작가님의 책 ‘비트코인, 지혜의 족보’와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을 추천해 주었고, 그것이 비트코인을 처음으로 제대로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지혜의 족보’는 비트코인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이 많았고, ‘달러의 지정학’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경쟁이 내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기술과 역사적 지식이 짧은 내가 읽기에는 어려웠다. 이번 책은 작가의 전 작 ‘비트코인은 강했다'(2014), ‘스마트콘트랙: 신뢰의 혁명'(2018), ‘비트코인, 지혜의 족보'(2020)를 뒤섞고 간추린 책으로 비트코인 첫 인문자가 비트코인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좋은 책으로 생각된다. 비트코인을 인문학적으로 이해시키려는 설명이 대부분이며, 기술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비유를 통해 설명하여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작가가 2022년에서 2023년까지 진행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비트코인의 화폐 현상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는 비트코인 시장에서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의 입장에서 풀어씀으로써 생동감 있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다.

 

또, 작가가 처음 비트코인을 깨달았을 당시 주변에 아무도 비트코인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한 슬픈 현실과 지금까지도 비트코인을 직시하지 못하는 대중들에 대하여 거친 어투로 아파하고 있는 점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인상적이다 못해 나도 어렴풋이 그 쓰라림을 느꼈으며, 나는 작가의 설득에 수긍하였고, 완전히 새롭게 펼쳐질 디지털 글로벌 금융망에 대한 준비의 첫발을 내딛겠다고 다짐했다.

 

비트코인이 도대체 무엇인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왜 비싼 가격을 가졌는지 궁금하고 그 설득을 들어보고 싶다면,
비트코인을 믿지 않더라도 앞으로 펼쳐질 디지털 글로벌 금융망을 어렴풋이 그려보고 싶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책
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 중 누구도 비트코인과 무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2. 책 내용 요약

책은 크게 6가지 챕터로 나뉘어 있으며, 1~2장에서는 비트코인에 대한 여러 가지 회의론 또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가(중앙)의 이중적인 모습과 국가로부터 권력을 다시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 2장에 자세히 나와있다. 3~4장에서는 비트코인이 갖는 중요한 의미에 대해 말해주는데, 짧게 요약하자면 비트코인은 중앙에서 벗어난 세계 화폐라는 의미를 넘어 소유권 혁명의 씨앗이다. 화폐 내용은 3장에, 소유권 내용은 4장에 나와있다. 5~6장은 비트코인의 여러 가지 특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앞으로 비트코인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엿볼수 있다.

 

1장 비트코인은 오리너구리다

비트코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느날 갑자기 비트코인이 등장하였다고 생각하며, 화폐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 아무 실체도 없는 그것이 왜 그렇게 비싸게 가격이 매겨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단순한 사기나 투기 현상으로 치부한다. 이는 1장의 제목처럼 비트코인을 화폐로 취급하려는 작명의 비극이며, 비트코인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닌 암호화폐에 밝은 과학자들의 오랜 탐구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결국 비트코인은 매우 인문학적인 현상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90년대부터 암호화폐를 꿈꿔온 이들의 기여가 한 땀 한 땀 스며든 결과물로서 비트코인을 바라본다. 비트코인은 암호기술이나 작업증명처럼 이미 있었던 개념들의 복합물이다. 심지어 분산 시스템도 족보가 오래된 사고다. 쉽게 말하자면, 비트코인은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한 최초의 인터넷 결제 시스템이다.

오늘 우리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권력, 침입, 통제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세상으로 이어지는 길 위에 있다. 우리는 이것을 바꿀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개인과 조직 간의 관계에 혁명을 일으켜 처음으로 이 둘을 동등한 위치에 놓을 것이다.

– 익스트로피, 1993 (p. 72)

 

위 인용은 작가가 사토시 나카모토라고 추측한 할 피니가 1993년 익스트로피라는 잡지에 디지털 캐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것이다. 현재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캐시의 발행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암호화폐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인정한 것인데, 할 피니는 이를 93년에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비트코인이 왜 중심이 될 것인지에 대하여 사이드체인, 아토믹 스와프, 라이트닝 네트워크 등의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2장 금융을 망가뜨린 국가라는 이름

금융은 인류와 함께 해온 근본적인 사회구성원리이다. 그러나 금융에는 인간 본성상 치명적인 오류가 존재하는데, 경제학에서 전제하는 합리적인 개인은 존재하지 않듯이 인간은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허약한 존재이므로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국가에 양보하고 대가로 편리함을 얻는다. 안타깝게도 그 편리함 뒤에는 중앙에 의해 배제될 수 있는 이면계약이 존재한다. 즉, 정부가 신뢰를 잃거나 금융제도나 사회시스템이 붕괴했을 때 국가는 우리를 배제할 것이며 비트코인이 동아줄이 되어줄 것이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섬처럼 떨어진 디지털 세계를 연결한다. 이는 자산과 신원의 이동을 통해 가능하다. 자산의 소유와 신원을 인증하는 중앙 없이도 이 일을 해낸다. 비트코인 그리고 블록체인 기반 신원인증과 만나면 메타버스는 디지털 영혼들이 영생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디지털, 금융, 무역의 복합망으로서 세계 최대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 (p. 180)

 

메타버스에서는 스마트 콘트랙트가 이루어져야 한다. 스마트 콘트랙트가 가능하려면 변제의 최종물과 전자적 형태의 담보물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도 변제의 최종물로 쓰일 수 있는 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만으로 온전한 스마트 콘트랙트 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기술적인 문제는 해결했지만 스마트 콘트랙트 생태계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구축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 장에서는 스마트 콘트랙트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설명한다. 인터넷 도박산업이나 글로벌 신뢰망 등 얘기가 나오는데, 아마도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보고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장 화폐를 해킹하다

기술적으로만 접근해서는 비트코인이 가격을 갖는 이유를 결코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은 화폐현상에 대한 인문학적인 이해가 필요한데, 작가는 비트코인의 화폐현상을 재현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해 상세히 기록해 두었다.

화폐현상이 그렇듯이 모두가 동의하거나 모두가 신뢰하는 것이 처음에는 가능하지도 않지만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충분한 수의 사람들이 강력하게 신뢰한다면 화폐현상은 재현되며, 신뢰의 구심점만 확고하면 신뢰망의 확산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야말로 화폐는 남이 신뢰한다는 것에 대한 믿음만으로 기능하는 것일 뿐 내가 믿을 수 있는가는 부차적인 요소다. (p. 256)

 

결국 사람들의 환상이 서로 교차하면서 가치를 지탱하는 것이 바로 화폐현상의 본질이며, 비트코인 현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런 속성은 추상적인 수의 성질과 같다.

 

화폐를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작가는 화폐의 보편적 정의는 하나뿐이라 말한다. 바로 화폐는 장부이다. 금을 생각해 보자. 금태환 포기 이후 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며, 결정적인 금의 수요는 각국의 중앙은행들로부터 기인한다. 중앙은행들이 금을 통화정책의 도구로 삼는 이유는 대중이 금을 안전자산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 논리를 비트코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을 자산목록으로 삼는다면 그 이유는 대중이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며, 이런 상호작용을 이용하면 중앙은행의 간접통제방식이 정책적 효과를 낼 수 있다. 금에 대한 현대 금융공학의 접근이 적응의 산물이었듯이 비트코인 가격에 대해서도 금융산업은 곧 적응할 것이다.

 

4장 소유권 혁명

작가는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비트코인이 대중화될수록 중앙화를 원하는 인간의 본능과 어우러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역설적이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이상적인 모습과는 다른 세상이 그려질 것이라 추측한다. 가치의 보편화의 전형적인 루트다.

 

우리는 자본을 지키기 위하여 역사적으로 장부를 만들고 채권이나 증권을 발행하는 등 자본을 추상화해왔다. 이러한 재산권, 소유권은 결국 사회적 개념이 되었고 중앙(사회적약속)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생태계에서는 개인의 부를 중앙(사회)으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점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식이나 채권의 거래방식도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제목 그대로 소유권에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편, 지정학적으로 보았을 때 위기에 처한 국가의 국민에게는 비트코인이 유일한 희망이 될 수 있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중앙은 통제되고 자산이라고 믿었던 부동산, 자동차, 귀금속은 모두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다시 한번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 분단국가이며 아직 휴전 상태임을 상기시켜 보았다.

섣부른 단정은 금물이지만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 시대가 마감됨을 알리고 있다. 미국의 패권 아래서 오랫동안 비현실에 길들어 있던 독일과 서유럽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 없는 유라시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처럼 지정학적 비극을 맞이한 개인들이다. (p. 410)

 

5장 하왈라 모멘트, 0에서 1로의 도약

금융 전산망 이전의 사금융 송금망인 하왈라에서도, 지금의 은행에서도, 신뢰를 구축하는 방법은 수단만 다를 뿐 ‘변제의 최종성’이다. 그러나 오늘날 금융망은 크게 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지배 아래 놓여있으므로 변제의 최종성은 변칙적으로 운영된다. 즉, 중립적이 못하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프로토콜이므로 힘이나 법에 의지하지 않고 변제의 최종성을 갖는다.

 

스위스 은행, 이골드, 페이스북과 달리 비트코인은 중앙에서 공격하여 끌어내릴 수 없다. 책임의 주체가 없다는 비트코인의 최대 약점이 바로 비트코인이 가진 힘의 근원이 된 것이다. 결국 비트코인에는 공격지점이 없고 이로써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한편, 비트코인은 전송수단의 성격뿐 아니라 화폐의 성격도 있다. 전송수단과 전송의 목적물을 분리하지 않은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최종적인 가치물이 되었다. 따라서 필자는 비트코인은 금보다 뛰어나며 온라인 세계의 지불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신이 주목하고 합의해 주기도 전에 비트코인은 1달러를 넘어 의미 있는 가격을 갖고 말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느냐는 질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가격을 갖는 무언가가 네트워크상에서 자유롭게, 그것도 빛의 속도로 이동한다는 사실과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p. 448)

 

6장 비트코인 채굴의 미학

마지막 장은 암호화폐에서 기록권을 둘러싼 경쟁을 뜻하는 ‘채굴’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중앙이 없는 비트코인은 신뢰를 위해 비용이라는 기준을 제시한다. 인간의 이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채굴에 들어가는 전기 비용이며 그 비용은 비트코인의 시장 가격에 수렴한다.

 

채굴을 전력낭비라고 많이 비판하지만 작가는 전기를 금융화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여러 가지 사례를 바탕으로 채굴에 쓰이는 전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양자컴퓨터나 채굴 종료 이후의 모습 등 채굴에 대한 7가지 질문에 대한 답도 담겨있다.

 

3. 느낀점

먼저, 이 책을 읽는 것은 어려웠고 이해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용이 많기도 하고 인문, 경제, 역사, 과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해석하고 있기에 관련 지식이 많지 않은 내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다양한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바라볼 수 있어서, 그 존재를 인식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아마도 작가의 설득에 넘어간 덕분인 것 같다^^

 

맺음말에 적힌 작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비트코인만이 아니라 사실 우리는 자신의 삶에 닥치는 일들을 모조리 이해하지 못' 하고 살아간다. 이 책을 읽고 나도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종종 설득을 하고 다녔다. 그러면 항상 돌아오는 질문이 "비트코인이 왜 그 가격을 갖는거야?"이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이유는 없어. 몇몇 사람들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믿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따라가는 거야."

 

작가가 말하듯이 비트코인이 가격을 가진 데는 어느 정도 우연적 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이미 쓸모가 없다. 세상은 우리가 그것을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으며, 이미 비트코인 현상은 일어난 일이다. 우리는 그 사실에 기반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뿐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비트코인 현상에 관심을 갖고 팔로우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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