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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일기, 생각, 기분 등

[일상끄적] 나의 첫 오케스트라 관람 후기 (feat. 광화문집)

by Yoo_nii 202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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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첫 오케스트라 관람 후기

12월 첫날 일요일 오후, 남편 지인분의 초대로 난생처음 오케스트라를 보러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다. 이동 시간이 생각보다 걸려서 늦어서 못 들어가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곡 중간 텀에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입장할 수 있었다. 뮤지컬과 다르게 현장에 도착하여 티켓을 받을 때 자리가 결정되는데, 도착한 순서대로 앞쪽부터 차례로 채워준다고 한다. 우리는 3층 B열에 앉게 되었다. 아쉽게 시작 첫 곡은 못 들었다.

나의 첫 오케스트라 관람 후기 (feat. 광화문집)

 

평소 클래식에 대하여 관심이 전혀 없던터라 관람 전까지는 2시간 동안 공연을 한다고 하여 살짝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관람해 보니 시간 어떻게 이렇게 빨리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훅 지나있었다. 물론 전혀 모르는 곡들이었지만, 처음 보는 악기들도 많고 아무래도  라이브로 악기를 다루는 모습을 직접 본다는 점이 흥미로웠던 것 같다.

 

공연은 1, 2부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1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님의 독무가 주를 이뤘고, 2부에서는 합주가 주를 이뤘다. 한수진 님의 독무는 바이올린으로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 놀라울 정도로 화려하고 신기했다. 한수진 님의 독무도 멋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독무 중간중간 있던 오케스트라(코러스) 부분이 더 취향에 맞았다. 여러 악기가 이렇게 조화롭고 듣기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너무나도 기분 좋았던 마지막 깜짝 보너스 공연이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 지휘자가 악기 섹션별로 전부 인사를 도와주고 퇴장 장한 뒤, 잠시 후에 다시 등장하더니 지휘대로 다시 올라가서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실로폰의 캐롤 도입부...!!! 남편과 눈이 커지며 마주쳤다ㅋㅋㅋ 캐롤을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듣다니 너무 고급지고 행복했다. 보너스 곡이었지만 내가 아는 곡이라 그런지 더 뭉클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너무 멀어서 가기 싫은 마음도 들었지만, 관람 후에는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간만에 교양 있는 문화생활로 그 어느 때보다 꽉 찬 일요일 저녁을 보낸 듯했다. 원래라면 '월요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소파에 누워 있었을 테니 말이다. 역시 사람은 경험을 많이 해봐야 그만큼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넓어지는 것 같다. 남편과 공연장을 나오며 앞으로 자주 이런 시간을 갖자고 약속했다.

 

2. 광화문집 후기_노포를 좋아하는 남편, 옆자리 어른분께 우연히 밥을 얻어먹다!

공연이 끝나고 배고픈 우리는 광화문 맛집을 찾아보았다. 광화문에 직장을 다니는 친구한테 가성비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그런 집들은 주말에는 안 연다고 단언했다. 주말에는 분위기 좋고 비싼 집만 연다고 한다ㅡ 그나마 가볼 만한 돈가스집을 찾았는데 돈가스가 19000원이다ㄷㄷㄷ 그 말을 듣고는 남편이 김치찌개나 먹으러 가자며 오랜 노포집을 찾았다.

 

세종문화회관 바로 뒷 골목에 있었으며 40년 넘은 노포집이었다. 김치찌개가 맛있다고 나름 유명한 집인 것 같았다. 들어가자마자 기름난로가 앞에 있는 5~6테이블 정도의 소박한 곳이었으며, 한 테이블에서 나이 든 남녀분이 술을 드시고 계셨다. 우리는 그 옆자리에 앉았고 사장님의 추천으로 돼지김치찌개 2인분과 계란말이를 시켰다.

 

엄청 놀라운 맛은 아니었지만 새콤하면서도 깔끔한 김치찌개의 맛에다가 노포가 주는 감성이 더해져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한참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 사람들이 말을 걸었고 그분 중 남자분께서 자신이 이 집의 40년 단골이며 옛날에는 이곳이 기자들 아지트였다는 사실을 말해줬다.

 

나는 그분들이 술에 많이 취하신 것 같아서 단답으로만 대답했는데, 남편은 그래도 예의를 갖추어 대답에 응해주었다. 그리고는 옆자리 분들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셨는데, 나가시면서 우리 테이블도 계산해 주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사양했지만 남편을 가리키며 너무 센스가 좋아서 젊은이들 위해서 자기가 사주고 싶다고 하셨다.

 

정말 의도하지 않게 우리는 밥을 얻어먹게 되었고, 남편은 자신의 센스 덕분이라며 뿌듯해했다. 그리고는 옛날에 대학생 때 데이트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서촌을 걸어보자고 해서 갔지만 빗방울이 점점 굵어져서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우아한 문화생활과 함께 즐거운 데이트도 해서 행복한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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